고등학교 시절, 나는 어떤 동아리에 속해 있었다. 나는 친구와 그 동아리에서 다른 지역에 가서 동아리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담당 선생님에게 동아리 홍보 ppt를 제작하고 요구 받았다. 나는 ppt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별 생각없이 살았던지라 ppt를 만들어본적이 없어서 여러모로 곤란했다. 거기다가 게으르기까지 했던 나는 어떻게든 간신히 조잡한 PPT를 만들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가기 이틀전에 컴퓨터가 갑자기 안켜지기 시작했다. 윈도우 로딩창에서 멈추고 계속 다시 시작되는것이었다. 당연히 켜지지 않으니까 파일을 빼내올 수가 없었다. 나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동영상을 촬영하여 담당 선생님에게 보여줬으나,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했다.
어쩔 수 없이 담당 선생님이 자기가 PPT를 대충 만들어 준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당일 선생님과 동아리 후배들, 친구와 버스를 타고 근처에 있는 지역의 고등학교 소강당으로 향했다. 가기전에 근처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고, 버스를 탔는데 후배가 몸이 조금 안좋다고 했다. 나는 애들과 별로 친하지 않아서 별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강당에 도착하고 자리에 앉으니 이제서야 내가 이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긴장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떨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이 발표전에 사람들 앞에서 발표 해본적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몸이 좋지 않다고 했었던 후배가 소강당 책상위에 구토를 했다. 나와 친구 사이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씻으라고 하고서 책상 위에 묻어 있는 구토물을 닦아내고,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그러던 와중 자리에 앉자마자 나와 친구의 발표 차례가 다가온것이었다. 선생님은 영 못하겠으면 자기가 나가서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친구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나는 왠지 여기서 도망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가 하자, 나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결심한 순간, 방금 전까지 미친듯이 떨려오던 심장과 몸이 차분해졌다. 나는 강당 앞으로 나가서 마이크를 받아들고 발표자료가 들어있는 USB를 건넸다. 문제가 있었다면 나는 USB에 들어있는 PPT 자료를 본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강당에 서서 임기응변으로 어떻게든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서 강당 앞을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는것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옆을 보았다. 같이 올라온 친구는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ppt 자료가 켜지자 나는 준비해왔던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곳에는 대략적으로 내가 하는 말을 간단하게 정리 해놨었다. 하지만 나는 쪽지를 잠시 보고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쪽지를 보면서 발표를 하면 이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로 화면에 나타난 PPT를 보면서 말했다.
이상하게도 말을 더듬거나,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설명에 큰 내용이 없었다. 나는 웃음을 유도한것이 아닌데 청중들은 내가 말을 할때마다 웃기 시작했다. 시선을 돌려 앞을 보니 담당 선생님도 자지러지면서 웃고 있었다. 내 차례가 끝나고, 친구 차례가 되어 나는 마이크를 들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는 긴장이 되서 고개를 푹 숙이고 쪽지를 보며 말을 더듬으며 말하고 있었다. 나는 뭔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도중도중 멘트를 넣어서 도와줬다. 친구의 차례가 끝나고 나머지는 내가 진행 함으로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사실 아까도 말했듯이 PPT의 내용을 전혀 본적이 없는지라 PPT의 다음 장면이 나올때마다 내가 대충 생각해서 말해야했다. 그래서 동아리의 홍보보다는 즐거움을 준것에 가까웠던것 같다. 사실 나 자신이 발표한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동아리 후배가 나중에 지인들에게 평가한것을 보면 "동아리 홍보..는 됬는지 모르겠는데 재미있었다." 라고 한다.
나는 이때의 경험으로 "어, 어쩌면 나 대단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발표를 한번 더 해봤는데 말을 더듬으며 대 실패를 했다... 사람이 뭔가를 함에 가장 중요한것은 강한 열망인것 같다. 내가 이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열망으로 인해 잡념이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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