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군대에서 힘들었던 것, 근무

말코 2020. 12. 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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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물론 제목에 써 있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 이외에도 힘들었던것은 매우 많다. 그러나 오늘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일단 가장 먼저 느낀것은 훈련소에서부터 였다. 처음 훈련소에 가면 불침번(2시간 씩 교대로 돌아가면서 수면 인원 체크 및 관리)을 서게 된다. 불침번은 10시 이후 부터 시작해서 기상 시간까지 편성 되어 있다.

 

처음 내가 훈련소에서 불침번을 서게 되었을 때 정말로 끔찍한 시간이라고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불침번이 할 일은 크게 없다. 특히나는  논산 훈련소 여름 군번이었는데, 생활관을 제외한 복도는 온도가 열대야 때문에 너무 더웠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륵주륵 흘렀고, 2시간 동안 인원체크나 이런 활동을 제외하면 할게 따로 없고, 조교가 앉아 있는 책상이 근처에 있어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없이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머리 속으로 여러 생각을 이리저리 해봐도 시간은 달팽이가 기어가는듯이 서서히 흘러 갔다. 야간근무는 언제나 기피하고 싶었다. 익숙해지고 싶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항상 잠에서 깨면 "아.. 근무 나가기 싫다.." 이 생각만이 내 머리와 신체를 전부 지배했다.

 

물론 이렇게 생각은 해도 내 몸은 자동적으로 생활복에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훈련소 뿐만이 아니라 자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야간근무에 대해서는 차라리 훈련소 쪽이 편하다. 훈련소는 거의 불침번 밖에 서지 않기 때문이다. 자대에 가게 된다면, 불침번과 더불어 탄약고나 위병소 근무도 서게 된다. 특히 인원이 적은 부대 같은 경우에는 하루 2근무(2+2 = 4시간)는 기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인원이 적고, 진지에 투입 되었기 때문에 하루에 3번까지 근무를 서봤다. 특히 하루 3근무의 경우에는 오전, 오후, 야간 대충 이렇게 순서가 돌아가게 되는데, 이게 1~2주일 넘아가는 순간 피로가 엄청나게 쌓인다. 하루종일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해지고 힘이 없어진다. 거기다가 진지(특정 지역에 만들어놓은 작은 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같은 경우에는 작고 답답하고, 주둔지에 비해서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병사들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쉽게 쌓인다.

 

거기다가 짬이 없을 때 근무를 서게 되면, 선임에 따라 근무 난이도가 들쭉날쭉 한다. 선임에 따라 아무말도 안하는 선임이 있고, 말을 많이 하는 선임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오라는 선임이 있다.

 

근무 스트레스로 병사들간에 사소한것으로도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선후임간의 부당한 행위(얼차려 등)이 심했다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진지에 올라 갔을때 짬(비교적 오랜 시간 군생활을 했다.)도 있고, 마음의 편지, 인권증진 등의 이슈로 가혹행위 등이 사라져가는 시기였기에 덜했다.

 

하여튼 간에 하루에 세번이나 근무를 서니까, 점심 시간에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생활관에서 바로 수면을 취했다. 또 내 근무시간을 항상 생각하고 있는것만으로도 피곤했다. 또 이렇게 열심히 근무를 서고 군생활을 한다고 해봤자 나에게 돌아오는것은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과 30만원 정도의 적은 월급 뿐이었다. 나는 진지를 타다보니 외출이나 외박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둔지 인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시간이라고는 휴가 밖에 없었다.

 

또 근무와 더불어 하루에 한, 두번씩 울리는 훈련 상황으로 항상 긴장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진지 뿐만이 아니라 주둔지에 내려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겨울에 서는 근무는 지옥과도 마찬가지였다. 안그래도 꺼려지는 탄약고, 위병소 근무를 영하의 온도인 겨울에 서자니 죽을 맛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영하 20도 정도였다...) 거기다가 근무 파트너가 안 친하거나 꺼려지는 사람과 함께라면 정말 최악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야간에 자다가 일어나서 주섬주섬 내복 + 군복과 깔깔이 두장, 방상외피.. 등등 입을 수 있는건 다 입고 나가도 밖에 나가면 덜덜 몸을 떨면서 근무를 섰다. 솔직히 재미있는 근무 파트너와 만났다고 해도 몇번 이야기하면 더 이상 이야기 할 소재거리가 없다. 또한 주둔지에서는 근무지까지 걸어서 5분은 가야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두배로 더 느껴진다...

 

만약 군대에 근무가 없었다면 다시 한번 쯤 해볼만 할까?

 

절대 아니다.

 

군대는 한번 쯤은 해볼만 하지만 두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집단이다. 간부나 부사관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가지고 있던 애국심을 말끔히 지워주는 그런... 곳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내가 군대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근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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