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가짜 사나이? 특전사 캠프 참가 후기

말코 2020. 7. 26. 17:09
반응형

 

인상적일 정도로 뜨거웠던 여름, 나는 친구가 여름 방학에 가치 있고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보자 하면서 나에게 제안을 한가지 했다.

 

바로 육군 '특전사 캠프' 에 참가하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지금 가자고 하면 "너 미쳤냐?" 가 바로 튀어나오겠지만 당시 중학생이고 밀리터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나는 재미있겠다 하면서 바로 친구의 승낙에 동의했다. 3박 4일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도 5만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기에 저렴했다.

 

그렇게 나는 친구 2명과 함께 부천에서 진행되는 특전사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아마 2012년이었던가 그랬을 것이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기억나는 것들

 

1. 무더위가 알려준 달콤한 물의 맛

 

그 해의 여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더웠다. 당시 기온이 38도인가 그랬는데 특전사 캠프에 참가한 우리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걸어 다녔다. 쓰고 있던 철모를 만지면 손을 데이는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이렇다보니 밖에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땀으로 군복이 흠뻑 젖었다.

 

당연히 수분이 부족하게 되었고, 캠프를 운영하는 육군 측에서도 지속적으로 식수를 공급해주었다. 그런데 물에다가 뭔가를 넣었는지 물이 엄청나게 달콤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물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구나 느꼈다. 한번 마실때마다 3~4번은 컵으로 받아서 배가 통통해질때까지 마셨던것 같다.

 

2. 중학생 때 경험한 화생방

 

보통 화생방은 육군 훈련소에서 첫경험을 하겠지만 나는 무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경험했다. 보통은 방독면을 착용하고 입장하지만 나는 마지막 차례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장에 있던 방독면들 막혀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방독면을 착용해보고 호흡을 할수가 없자 교관에게 말했다. 교관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자기가 직접 착용해보더니 이거 안되겠다고 이야기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패기 넘치는 내 친구가 무려 "저희는 방독면 없이 들어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훈련 n일차 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군뽕(?)도 주입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다들 ok 하고 cs탄이 까져 있는 천막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달려 들어가자마자 고통에 울부 짗었다.

 

눈이 따갑고, 숨을 쉴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콧물과 눈물이 쉴세 없이 흘러내리고 같이 뛰어 들어왔던 초등학생 참가자는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고 제지하려는 교관을 때리고 나가려다가 실패하고 끌려왔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뛰쳐나가고 싶었다. 고통 때문에 제 자리에 가만히 서있을 수가 없어 계속해서 제자리에서 다리를 날뛰었다.

 

지옥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밖에 나와서 몸을 씻은 뒤에 느낀게 있었다.

 

생화학전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3. 에어컨 없는 여름은 지옥

 

우리가 배정받은 생활관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이 당시에는 군에 보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풍기 하나만 달랑 배치되어 있었다. 한낮에는 기온이 최고 38도 이상이었기에 열대야 또한 죽을 맛이었다. 거기다가 벌레까지 기승을 부리니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던 초딩들이 에프킬라를 미친듯이 분사했다. 나는 2층 침대에서 잠을 자려 했으나 전혀 잘 수 없었다. 누워서 숨만 쉬어도 뜨거운 공기가 폐속으로 가득 들어오고, 땀이 미친듯이 흘러 침대를 적셨다.

 

결국 나는 테이블에 엎드려 밤을 지새었다.

 

4. 점호 중 쓰러진 다른 참가자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연병장에서 점호를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참가자 중에 몸이 약했던 참가자가 있었는지 점호를 받기 위해 서있던 도중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도 그럴게 건강한 편에 속했던 나 조차도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뭔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5. 쓰레기 같은 밥

 

군대에서 제공해주는 밥을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활동량에 비해 양도 적게 배식 되었고, 무엇보다 맛도 없었다...

 

6. 길리슈트를 입고 땀을 폭포수 쏟아내던 군인

 

3일차 쯤에 교육생들에게 무기나 이런것을 보여줬는데, 그중에 길리슈트를 착용하고 총기를 들고 있었던 군인이 있었다. 그냥 입어도 더운 길리슈트를 땡볕 아래서 입고 몇시간이고 서있으니 당연하게도 군인의 발 밑이 젖어있었다. 벌거벗고 있어도 더울 날씨에 덥고 불편한 길리슈트를 입고 쨍쨍 비치는 태양 아래서 서 있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거의 고문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후기

 

나와 친구들은 겨우 3박 4일 훈련 받았을 뿐인데, 교육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나올때 발을 맞추면서 걸어나왔다. 심지어 전혀 모르던 군가 몇개도 다 외웠다. 그래도 좋았던 점이 있다면, 한 여름에 받는  훈련은 매우 힘들었지만, 나중에 훈련소에 입소 했을때 이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나는 정확한 연도는 생각나지 않지만, 약 2012년 정도에 참가했기에 최근이랑 매우 크게 다를것임이 분명하다. 

 

 

반응형